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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공부

외국어 독학하기: 10대 시절 경험담

by MYNN maxw 2019. 5. 2.

 나는 외국어 공부를 즐기는 편이다. 딱 재밌는 수준까지만 해서 그런지 "원어민 수준으로" 잘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영어, 일어로 프리토킹이 가능하고, 배운 것을 가르쳐서 6년간 돈을 벌기도 했다. 중국어, 불어는 각가 2년, 6개월을 배웠으나 많이 잊어버렸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는 찔끔찔끔 공부를 하다가 생활의 우선순위에 밀려 공부를 중단했다. 언젠가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계획을 하고 있는데, 그 전부터 다시 DELF를 준비할 생각이다.

 위에 언급한 언어 외에는, 다른 언어에 딱히 관심은 없다. 그런데 결혼 후 시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 남편의 가족들과 소통하기 위해 스페인어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흥미가 없는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스페인어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흥미가 안 생겨서 힘들었는데 스페인어로 좋아하는 시-네루다의 시-를 찾다보니 조금은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유튜브로 공부해 보니까 꽤 재밌다. (그러나 시어머니와 대화가 안 통한다는 것은 꽤 좋은 일이라 공부를 게을리 하고 있다.) 

 나의 외국어 독학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되었다.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셔서 늦게까지  공부방에 있는데 공부방 선생님께서 많이 챙겨주셨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치킨을 사주셨는데, 그 날 선생님께서 일본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나도 히라가나를 외우는 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그럼 매주 퀴즈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내기 보상이 치킨이었다. 이마트 치킨) 어쨌든 우리는 정기적으로 히라가나 시험을 보고, 가타카나 시험을 봤다. 항상 내가 이겼다. 선생님께서 퇴근도 늦고 그 시끄러운 공부방 애들을 돌봐주시느라 바쁘신데 언제 공부를 할 수 있으셨을까. 어쨌든 그 때 처음으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다 외울 수 있었다. 

 5학년 때 사춘기가 왔고, 짖궂은 남자애들이 일기장을 훔쳐보는게 싫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일기 검사가 끝나면 교탁에 방치해 놓으셔서 남자애들이 읽고 소문내고 일기장에 직접 코멘트까지 쓰곤 했다.) 그래서 히라가나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토론 대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어쩌다 결승까지 가게 되었다. 토론 준비를 하느라 네이버를 매일 3시간 이상 사용했는데 그 때 네이버 지식인이 대세였는데(?) 검색을 통해서 외국어 단어들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트를 여러 개 준비해서 일본어, 독일어, 불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식하게 받아적었다. 초등학생 때는 한창 영어를 증오했기 때문에 영어 외에 독일어, 불어, 이탈리아어, 일어 등을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검색해서 노트에 적고, 발음도 적고, 소리내서 따라하고, 엄마한테 가서 "엄마 프랑스어로 빵이 빵이래!"같은 소리를 하면서 재미나게 취미생활 겸 공부를 했다. 

 

초딩 때 나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이런 것들을 찾아서 계속 노트에 적었다.

 

 인터넷은 활용만 잘하면 필요한 지식을 아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게으른 나는 더 편하고 재밌는 것에 금세 빠졌다. 6학년 때, 아는 언니의 추천으로 꽃보다 남자(일드)를 보았다. 그 입문용 일본 드라마를 시작으로 아주 별의 별 일드를 다 보았다. 학교에서 유명한 일드 매니아였다. 고등학생 때까지 어마어마하게 보았고 친구들은 나에게 추천 받은 일드를 보고 만족해서 또 물어보고는 했다. 하도 많이 봐서 나중에는 볼 드라마가 없어가지고 오사카 쇼프로 방송을 다운받아서 그것도 엄청 봤다. 그 때 다운받느라 엄청 고생했다. 돈도 좀 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초6때부터 드라마에서 들리는대로 노트에 받아적었는데 한일 통합자막이 없어서 적은 발음을 조사해서 그 단어,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찾는 노가다를 했다. 

 중학생 때 우연히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은 책 보고 공부를 안 해도 JLPT 1급을 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애니는 안 봤지만 드라마 부심이 있었던 나는 JLPT 시험을 보기로 했다. JLPT 3급을 봤는데 합격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2급을 보려고 했는데, 늦잠자서 놓치고 접수기간을 놓치고, 결제 수단 적용이 안 되서 놓치고, 방학 때 놀러가서 놓쳤다. 핑계가 많다. 그러다 수 년이 지나서 21살때쯤 JLPT N2급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도 안 본지 거의 3년이 되었던 터라 시험보는데 망했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공부할 생각은 못 했었나보다) 그런데 청해에서 만점이 나왔다. 너무 기뻤으나 문법 파트가 기준 미달이라서 불합격했다. JLPT는 커트 라인이 정말 낮은데 불합격이라니, 그래도 일본어로 한문 공부하기는 싫다.

http://www.jlpt.or.kr/main/main2.asp

 

JLPT #

 

www.jlpt.or.kr

JLPT 시험은 1년에 두 번 있습니다. 3달 전에 접수해야 하니 캘린더에 접수 일정을 적어놓고 놓치지 마세요~

 시험을 본 후 느낀 것은 모든 일드를 한일통합자막으로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었다. 죽어도 공부는 하기 싫다. 미드/영드와 다르게 일드는 한영 통합 자막을 찾아서 보기가 참 어렵다. 요즘은 찾기 쉬우려나? 내 평생 통합자막으로 본 일드는 딱 하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문도, 문법도 익힐 수 있게 내가 자막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게으른 나는 결국 도전하지 않았고 아직까지 자막 넣는 방법도 모른다.

 결론:  내기를 하든, 무식하게 적어서 외우든, 외국 드라마/쇼프로를 미친 듯이 보든 즐거운 마음으로  외국어와 친해지기.  조금 귀찮은 과정들-받아 적기, 암기하기 등-을 생략하면 나처럼 Hearing은 되고 구어체 사용을 잘 하지만 문맹이 될 수 있음. (외노자가 목표라면 나쁘지 않음) 귀찮아도 꾸준히 적고 따라하고 암기하면 수준 높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음. 시험 자격증도 딸 수 있음.